이케맨 빌런/이벤스 일부 번역

암야에 반짝이는 악의 사랑~당신을 알기 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어~(엘버트 편) 1화

루달스... 2023. 8. 9. 20:57

어릴 때, 자기 전에 백설공주를 들으며 물어본 것이 있다.
 
케이트 : 여왕님은 어째서 백설공주를 죽이고 싶어하는 거야?
아버지 : 응? 으음, 그렇네...... 자신이 제일이 아니면 싫다는 프라이드라던가 허세 아니려나?
 
그 답이 납득가지 않았던 것을 기억한다.
어린 마음에 목숨을 빼앗아서라도 손에 넣지 않으면 안된다고 그렇게 바랄 정도의 욕망의 중심에는,
더 어둡고 무거운 무언가가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이 대체 무엇인지— 지금이 되어서도 여전히 모르는 채다.
 
알폰스 : 모처럼 연인끼리의 시간을 방해해서 죄송하네요.
알폰스 : 저는 부디 말하는 공기라고 생각하고 마음껏 노닥거려주세요.
케이트 : 저기...... 몇번이나 말하지만 어디까지나 연인"흉내"라니까요......!
 
그날 밤, 알아서는 안되는 비밀을 알게 되어버린 나는 1개월 한정의 동화사가 되었다.
그런 나에게 여왕 보좌관인 빅토르가 어떠한 제안을 해왔다.
 
빅토르 : 동화사는 그들을 기록하는 것이 일이지. 즉, 그들을 깊게 이해하지 않으면 안 돼.
빅토르 : 거기서 미스•케이트. 네 첫 일이야.
빅토르 : 크라운 안에서 한명을 골라 하루동안 연인으로서 지내렴.
 
누굴 골라도 큰 일이 될 것 같아 곤란해하던 내게 말을 걸어준건 알폰스 씨였다.
 
("엘버트 님은 어떠신가요"라고 해서—)
 
힐끔, 옆에 앉은 엘버트 님에게 시선을 보냈다.
말이 적고 크라운 안에서도 소극적으로 보이는 엘버트 님은 악의나 피 냄새나는 범죄와는 연이 없어보였다.
엘버트 님과 함께라면 분명 안전할거라 생각해 나는 알폰스 씨의 제안을 승낙했다.
 
알폰스 : "흉내"여도 연인은 연인이에요. 엘, 잘 에스코트 해야해요?
엘버트 : ............응, 괜찮아, 알고있어.
 
(알폰스 씨는 자신이 엘버트 님의 종자같은 것이라고 말했지만.)
(옆에서 보고있으면 허물없는 친구처럼 보이네.)
 
엘버트 : 너에게 불쾌한 기억은 주지 않을테니까...... 안심해.
케이트 : 정말 신경쓰지 말아주세요. 두분의 예정에 무리해서 동행하게 되어버린 거니까요.
 
두사람은 원래 오늘 어느 귀족이 주최하는 파티에 출석할 예정이었던 듯해서,
지금은 그 저택으로 향하고 있는 참이었다.
 
알폰스 : 뭐 "임무"는 아니니까 마음 편하게 갑시다.
알폰스 : 불안이 있다면 엘의 탐욕이 또 폭주하지 않으리라곤 장담할 수 없다는 것 정도려나요.
케이트 : 폭주, 인가요......?
알폰스 : 엘 님은 타인이 "아름답다"고 칭찬하는 것은 무엇이든 원하게 되어버리는 귀찮은 성품이니까요.
알폰스 : 허세와 프라이드로 치장한 화려한 귀족이 모이는 파티라니...... 그렇죠?
알폰스 : 연인이니까 오늘은 당신이 고삐를 잘 잡고 있어주세요, 케이트 씨.
 
(어, 어쩐지 불온한 예감이 들어...... 하지만.)
 
케이트 : 엘버트 님을 깊게 이해하는 것이 오늘의 목적이니까 힘낼게요.
알폰스 : 이런, 기특하네요.
엘버트 : ............
 
엘버트 님은 계속 슬픈듯한 얼굴로 창문 밖을 보고 있었다.
 
(절세의 미모, 라는 말이 이렇게나 어울리는 사람은 없겠지.)
(하지만...... 어째서 이렇게 슬퍼보이는 걸까.)
 
언제나 우울해보이는 눈동자가 오늘은 한층 더 흐려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엘버트 님은 말도 적고 그다지 표정에도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것 같아.)
(그만큼 잘 봐두자...... 무엇을 느끼고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있도록.)
 
주최한 귀족 : 이런, 설마...... 그리티아 백작이 여성을 데려오다니!
엘버트 : ............
알폰스 :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레이엄 님.
 
주최한 귀족인 그레이엄 씨는 눈을 크게 뜨며 우리를 맞이했다.
 
(엘버트 님과 알폰스 씨의 태도를 보니 그렇게 친하진 않은 것 같지만......)
(낯익은 사람, 정도의 관계려나.)
 
그레이엄 : 오늘의 파티는 분명 큰 파란이 일겠군.
엘버트 : ......소란스럽게 할 생각은 없어. ......얌전히 있을게.
그레이엄 : 모르는군, 백작은 가만히 서있는 것만으로 폭풍의 중심이 된다고. 너, 이름은?
케이트 : 처음 뵙겠습니다, 케이트라고 합니다.
그레이엄 : 잠깐...... 나, 널 극장에서 본 적이 있어. 그, 저번달의 "사랑의 묘약".
케이트 : 엇......? 확실히 저번달에 그 극을 보긴 했는데......
그레이엄 : 역시! 관극이 취미니? 그럼 쌓인 이야기가......
 
(우왓......)
 
그레이엄 씨가 갑자기 몸을 내밀어서 거리가 가까워지니
 
엘버트 : ......그녀에게 그다지 가까이 다가가지 말아주겠어.
 
(어......?)
 
어째선지 엘버트 님이 감싸듯이 내 앞을 가르고 들어왔다.
 
(......엘버트 님?)
 
그레이엄 : 뭐야, 괜찮지 않나. 딱히 연인인 것도
엘버트 : ......연인이야.
엘버트 : 그녀는, 내 연인. 그러니까...... 이 이상 신경쓰지 말아줘.
케이트 : ......!?
 
그레이엄 씨에게서 나를 감싸주기 위해 끼어든 엘버트 님은 갑자기 그렇게 선언했다.
 
(연인 "흉내"로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어안이 벙벙해하는 나를 감싸는 어깨 너머로 엘버트 님의 옆 얼을 천천히 바라봤다.
 
엘버트 : ............
 
엘버트 님의 표정은 적의마저 느껴질 정도로 진지해서— 두근, 하고 심장이 뛰었다.
 
알폰스 : ......이런.
그레이엄 : 놀랐어. 여기저기서 손을 내밀어도 누가 말을 걸어오든 불쾌해보였던 백작이, 말이지?
 
호기심이 담긴 눈빛에게서 나를 감싸듯이 엘버트 님의 손이 살짝 어깨를 끌어안았다.
 
(가까워......)
 
엘버트 : 가자, 케이트.
케이트 : ......네......
 
그레이엄 씨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고 나는 이끌리는대로 입구로 걸음을 옮겼다.
 
("잘 에스코트 해야해요"라고 알폰스 씨가 말해서 그런걸까......)
 
아직 어깨를 끌어안고 있어서 조금 긴장한채로 홀로 향하는 복도를 걸었다.
홀의 입구까지 오자 알폰스 씨가 갑자기 멈췄다.
 
알폰스 : 이 재미있는 전개를 옆에서 보고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저는 "친구"와 예정이 있으니......
알폰스 : 여기서부터는 따로 행동하죠. 아, 그리고 엘, "이걸" 건네드릴게요. 만약을 위해서.
엘버트 : ......그래.
 
알폰스 씨는 엘버트 님에게 무언가를 건네주더니 곧바로 어딘가로 걸어가버렸다.
 
(뭘까, 방금 건넨 건...... 한순간 열쇠처럼 보였는데.)
 
엘버트 : ......아까 전 일이 불쾌했다면 미안해.
케이트 : ......!
 
슬픈듯한 중얼거림에 옆으로 의식을 돌리니 어깨를 끌어안고 있던 엘버트 님의 손이 살짝 떨어졌다.
 
케이트 : 아뇨, 괜찮아요. 조금 놀랐지만...... 어째서 그런 행동을?
엘버트 : 그건............ "연인", 이니까.
 
(방금, 조금 말을 머뭇거린 것 같은데...... 뭔가 다른 이유가 있어보여.)
(그렇다면...... 연인 흉내를 따르는 척하는 편이 분명 상황에 맞겠지.)
 
케이트 : ......"연인"을 무척 소중하게 대하시네요, 엘버트 님은.
엘버트 : ......
 
(아, 웃었어......)
 
어렴풋한 웃음에 다시 살짝 가슴이 뛰는— 것도 잠시.
 
엘버트 : 맞아. ......그러니까 오늘 밤에는 내가 건네주는 것 외에는 먹거나 마시지 말아주겠어?
케이트 : ............네?
엘버트 : 내게서 떨어지는 것도 안 돼. 반드시, 손이 닿는 거리에.
엘버트 : ......떨어질 때도 내가 좋다고 말하는 장소 이외에는 가지 말아줘.
 
 
(엇, 어......?)
 
계속해서 금지사항이 나와서 당황을 숨기지 못했다.
 
엘버트 : ......"연인"이 말하는대로 해주지 않겠어?
케이트 : 아...... 저기............ 네.
 
기압에 눌려 무심코 고개를 끄덕여버렸다.
 
(뭔가 위험이 있는 것 같은 태도네. 하지만 알폰스 씨는 "임무는 아니다"라고 했으니까......)
 
케이트 : 으음...... 파티에선 무엇을 하면 될까요?
엘버트 : ......출석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니까, 딱히 아무것도.
엘버트 : 다른 사람은 신경쓰지 않아도 돼. 내 연인으로서 옆에 있어주면...... 그걸로 충분해.
 
출입구를 빠져나와 홀로 걸어가니 휙하고 사람의 시선이 모였다.
 
(호화로운 사람들 속에 들어가니...... 더 엘버트 님의 상식을 벗어난 미모가 두드러지는 기분이 드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나만이 아니라는 것은 모이는 시선이나 흘러들어오는 속삭임에서도 명확했다.
 
호화로운 영애 : 눈부신 금발에 푸른 눈동자......! 마치 그림에서 빠져나온 미의 화신 같아......
보석을 두른 부인 : 아, 이쪽을 봐주셨어......!
엽궐련을 피는 신사 : 이런, 그가 오니 현란하고 호화로운 장식품도 흐려져버리는군.
 
(그야말로 사교계의 꽃, 이라는 느낌이네.)
 
멀리서 모여 그를 감상하는 시선을 받으며 인사하러 가까이 온 사람들을 응대하는 엘버트 님의 모습을 보았다.
 
(다들, 제각각 엘버트 님을 격찬해가네...... 마음은 알지 못하는건 아니지만.)
 
엘버트 : ............
 
칭찬받을수록 엘버트 님의 표정이 슬프게 가라앉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거기다......)
 
귀부인 : 엘버트 님, 만나고 싶었어요...... 오늘도 아름다우시네요.
엘버트 : ......, ......그래.
 
그에게 다가오는 극히 일부의 사람은 어째선지 엘버트 님의 몸을 만지려했다.
배려없이 어깨에, 팔에, 가슴에...... 말을 나누는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에게 새기듯이 확실히 닿는 손에 엘버트 님은 놀랄 정도로 무방비했다.
 
(어째서, 거절하지 않는걸까...... 치워내거나 한 걸음 거리를 두면 될텐데.)
 
닿으면 아주 조금, 하지만 확실하게 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상처입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에게 닿는 사람들은 어째서 눈치채지 못하는걸까......)
 
엘버트 : ............
 
(......"연인" 흉내 중이니까 이정도는 괜찮으려나.)
 
케이트 : 엘버트 님...... 저, 잠깐 바깥 공기를 쐬고 싶어졌어요.
엘버트 : ......어?
케이트 : 따라와 주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