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야에 반짝이는 악의 사랑~당신을 알기 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어~(엘버트 편) 2화
(그대로 보고있을 수 없어서 억지로 데리고 나와버렸는데...... 쓸데없는 참견이었을까.)
케이트 : 죄송해요, 제멋대로 굴어서.
엘버트 : ............아니.
엘버트 님은 정원을 바라보더니 후우, 하고 조용히 숨을 뱉었다.
엘버트 : 방금, 깨달은 거지만...... 나도 조금 숨쉬기 힘들었던 것 같아.
엘버트 : ............고마워.
케이트 : ......별 말씀을요.
(다행이야. 조금 표정이 풀어진 기분이 들어.)
안심한 것과 동시에, 꼬르륵하고 작게 배에서 소리가 났다.
엘버트 : ......배고파?
케이트 : ......그런 것 같아요.
(부, 부끄러워......)
케이트 : 빠져나올거면 뭔가 먹을 걸 가지고 나올걸 그랬어요. 깜빡했어요.
쑥스러움을 감추고 웃으니 엘버트 님은 손바닥을 내 쪽으로 살짝 내밀었다.
엘버트 : ......먹을래?
케이트 : 네?
손바닥 위에는 보석처럼 아름다운 포장이 하나 놓여있었다.
열어보니 오렌지 필을 다크 초코로 코팅한 오랑제트가 들어있었다.
엘버트 : 회장에서 나올 때, 눈에 들어와서...... 뺏어 와버렸어.
(눈에 들어와서 바로 들고왔다는 건 좋아하는 거려나?)
(그렇다면......)
케이트 : 감사합니다. ......연인 사이이니 반씩 나눠먹어요.
엘버트 : 어......
오렌지 필을 떼어내기 위해 조금 고전하며 오랑제트를 두개로 나눴다.
케이트 : 어느쪽이 좋으신가요?
손바닥에 올려 내미니 엘버트 님은 오랑제트를 본 후,
내 눈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엘버트 : ............네가 주는 쪽.
케이트 : 네?
엘버트 : 네가, 골라준 쪽을 갖고싶어.
(어쩐지 그렇게 말하니 묘한 기분이 드네. 마치, 정말 연인 사이같아서......)
("흉내"라는걸 알고있는데도...... 착각할 것 같아.)
소란스러운 가슴을 달래며 초콜릿이 한가득 올려진 쪽을 내밀었다.
케이트 : 그럼...... 이쪽을 드릴게요.
엘버트 : ............그래. 고마워.
달콤하면서 씁쓸한 오랑제트를 둘이서 맛봤다.
세게 울리는 고동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아서 나는 생각을 돌리기 위해 정원으로 시선을 옮겼다.
케이트 : 아...... 새장이 장식되어 있네요.
새장 속에는 한 마리의 아름다운 잉꼬가 푸른 날개를 조용히 쉬고있었다.
엘버트 : ............저거, 갖고싶네.
케이트 : 저 잉꼬말인가요? 어째서......?
엘버트 : 아름다우니까 장식되어 있는 거겠지. ......그러니까, 저걸 갖고싶어.
(아름다우니까 가지고 싶다......)
그는 " 탐욕스러운 여왕"의 저주를 받은 사람.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을 손에 넣는 것을 바라며,
미술품이나 장식품, 가끔은 길거리의 돌마저도 수집하고 있다.
빅토르에게 받은 엘버트 님의 저주에 관한 자료에는 그렇게 적혀있었지.
(그걸 읽었을 때엔 이상했어.)
(아름다운 것이 좋다, 정도라면 알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같은 막연한 것을 원하다니.)
(거기다 길거리의 돌이 이 세상에서 제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다니...... 내겐 잘 모르겠어.)
케이트 : ......당신은 어째서 아름다운 것을 수집하고 있으신가요?
엘버트 : 그건......
엘버트 : 손에 넣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가 있으니까.
케이트 : 이유......?
엘버트 : ............
그 이상 물어보는 것을 거부하는 것처럼 엘버트 님은 침묵했다.
(......이 사람의 마음 깊은 곳에는 무엇이 있는걸까.)
조심성없이 끼어들면 홀에 있던 사람들처럼 그를 상처입혀버릴 것 같아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나에게 엘버트 님이 물어왔다.
엘버트 : 너는, 저 새가 아름답다고 생각해?
(고개를 끄덕이면 분명 엘버트 님은 저 잉꼬를 손에 넣으려고 하겠지.)
마치 무언가에 씌인 것처럼 잉꼬에게 쏟아지는 어두운 시선에서 그렇게 느꼈다.
(하지만......)
(엘버트 님이 무언가를 원하고 있는지 모르는채로 고개를 끄덕이면 안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케이트 : 당신에게 아름다운 것이란 무엇인가요?
엘버트 : ......모르겠어.
엘버트 : 알고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생각한 아름다운 것은 아무런 가치도 없었으니까.
(......무슨 의미지?)
깊게 생각할 틈도 없이— 큰 목소리가 정원의 적막을 깼다.
그레이엄 : 어라, 거기 있는 건 소문의 두사람인가? 회장에서 둘이서 사라졌다고 큰 소동이 되어있어.
엘버트 : ......!
(그레이엄 씨......와, 손님분이려나?)
파티 주최자인 그레이엄 씨는 남성을 데리고 어느 별실로 향하고 있는 도중 같았다.
그레이엄 : 이제부터...... 당구를 치러 가는 길이야. 백작은 게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 같지만.
그레이엄 : 소문의 케이트 씨는 어떠려나? 참가해준다면 자극적인 저녁을 즐길 수 있을거라 약속하지.
(......뭐, 지. 무척 평범한 권유 문구인데도.)
(어쩐지 싫은 기분이 들어.)
어딘가 질척거리는 웃음을 보이는 두사람의 모습에 이유없이 불신감이 들었다.
케이트 : 아뇨...... 저는— 윽?
온건하게 거절하려고 한 그 순간, 스륵하고 배에 손이 둘러져 무심코 숨을 들이켰다.
엘버트 : 신경쓰지 말라고...... 말했을텐데.
케이트 : 엇, 엘버트 님......
꽉하고 보여주듯이 몸이 끌어당겨졌다.
(......어째서, 이런.)
그들을 바라보는 엘버트 님의 시선은 무척 어두웠다.
그레이엄 : ......백작도 그런 눈을 할 때가 있군. 의외야.
그레이엄 : 싸울 생각은 없어, 미안하군. 그럼, 이만.
케이트 : ......네, 다음에 또 보죠.
엘버트 : ............
엘버트 님은 그레이엄 씨가 모퉁이를 돌아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가만히 그 모습을 보고있었다.
배에 둘러진 손은 그레이엄 씨의 모습이 사라져도 여전히 떨어지지 않았다.
(역시, 뭔가 상태가 이상해.)
케이트 : 엘버트 님...... 그레이엄 씨와 무슨 일이 있었나요?
엘버트 : ......아니 ......아직, 아무것도.
케이트 : "아직"......?
엘버트 : ............케이트, 이쪽으로.
엘버트 님에게 이끌려 사람이 없는 방으로 살짝 들어갔다.
케이트 : 엘버트 님, 이 방은......?
(이 저택의 게스트룸 같은데...... 마음대로 들어가도 되는걸까.)
엘버트 : ......내가 맞이하러 오기 전까지 여기서 나가지 말아줘.
케이트 : 네......?
엘버트 : 곧 돌아올게. ......그때까지 여기에 있어줘.
휙하고 몸을 돌리며 엘버트 님이 방에서 나가버렸다.
케이트 : 앗, 잠시만요, 엘버트 님......!
닫힌 문으로 급하게 뛰어가보지만—
철컥하고 가벼운 금속음이 들리며 문고리는 조금도 돌아가지 않았다.
(......자물쇠를 건걸까? 어째서, 그런 짓을—)
(엘버트 님은 오늘 하루종일 상태가 이상했어. 그 그레이엄 씨 앞이면 더욱.)
(역시 무슨 일이 있는거야...... 그것도 나를 이렇게 가둬서 떨어뜨리려고 할만한 무언가가.)
(......얌전히 기다리는 게 나으려나. 하지만, 깊게 이해하라고 했으니까.)
(이대로 기다리면 엘버트 님의 중요한 무언가를 놓쳐버리는 건 아닐까......?)
(거기다......)
닿아오는 손바닥에 상처받은 얼굴을 하면서도 그저 견디는 그의 모습이나,
무언가에 씌인 것처럼 가만히 잉꼬를 바라보는 괴로워보이는 옆 얼굴이 뇌리에 떠올랐다.
(그 사람은 어쩐지...... 내버려 둘 수 없어.)
—그 순간, 똑똑하고 노크 소리가 들렸다.
(......누구지?)
알폰스 : 케이트 씨 케이트 씨, 저는 대체 누구일까요?
케이트 : 아...... 알폰스 씨?
알폰스 : 이런 정답입니다. 기뻐요, 제 목소리를 기억해주시다니.
(알폰스 씨는 내가 여기에 갇힌 걸 알고있었어.)
(어쩌면...... 이건 처음부터 계획된 일일지도.)
(대체 왜? 엘버트 님은 지금 무엇을 하려고 하는거지?)
알폰스 : 후후, 심각해보이는 침묵이네요. 문 너머로도 시리어스한 공기가 전해져서 숨이 막힐 것 같아요.
알폰스 : ......저라면 이걸 열어드릴 수 있는데 어떻게 하시겠어요?
케이트 : ......괜찮으신가요? 절 내보내면 당신은 엘버트 님을 배신하는 게 되는 거잖아요?
알폰스 : 아핫! 제 걱정을? 어쩜 상냥하신지.
알폰스 : ......엘은 아무것도 못합니다. 누구에게 배신을 당하든 상처입든 말이죠.
알폰스 씨의 말투는 마치,
내가 엘버트 님을 내버려두지 못하겠다고 생각하는 걸 꿰뚫어보고 부추기는 것 같았다.
철컥하며 울리는 금속음이 자물쇠가 열렸다는 것을 내게 알려주었다.
알폰스 : 그를 알고싶다면 부디 밖으로.
알폰스 씨의 뒤를 쫒아 어둡고 먼지 쌓인 방으로 발을 들였다.
(여기에 엘버트 님이......?)
어두운 조명에 어렴풋이 비춰지며 인영이 어둠에 떠올라 있었다.
금색 머리카락은 어둠 속에서도 눈부셔서...... 그것이 그라는 것을 바로 알았다.
케이트 : 엘버트 님......?
엘버트 : ............케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