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맨 빌런/이벤스 일부 번역

암야에 반짝이는 악의 사랑~당신을 알기 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어~(엘버트 편) 비터 엔딩

루달스... 2023. 8. 10. 12:41

케이트 : 엘버트 님......?
엘버트 : ............케이트?
 
알폰스 씨를 쫒아 발을 들인 그 방에 있던 건 엘버트 님과
 
케이트 : 그레이엄 씨......?
 
그레이엄 씨는 그 장소에 축 늘어져 웅크린채로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상황을, 잘 모르겠어......)
(엘버트 님이 그레이엄 씨를 이런 상태로......?)
 
알폰스 : 그림자를 밟으면 그 사람의 가장 슬픈 기억을 불러일으켜 강제적으로 계속 보게 만든다.
케이트 : ......!
알폰스 : 쓰이는 곳이 꽤나 한정적인 엘 님의 능력입니다. 처음 보셨나요?
 
알폰스 씨는 혼란스러워 하는 내게 설명을 하며 손에 든 유리잔에 알약 같은 것을 떨어뜨렸다.
옅은 기포를 내며 알약이 녹자, 알폰스 씨는 그레이엄 씨의 손에 유리잔을 살짝 쥐어줬다.
 
알폰스 : 더이상 괴로운 현실은 지긋지긋 하잖아요. 자, 이걸 마시면 편해질 겁니다.
 
그레이엄 씨는 떨리는 손으로 그것을 받아들이더니 단숨에 그걸 마시고는— 털썩하고 그 자리에 쓰러졌다.
 
케이트 : ......편해진다는건......?
엘버트 : ......
알폰스 : 그 말 그대로의 의미입니다.
 
엎드린채 쓰러진 그레이엄 씨의 입가 주변에 차츰 피가 퍼져나갔다.
겨우 상황을 이해하고— 공포로 몸이 떨렸다.
 
엘버트 : ......미안해. 너에게 보여줄 생각은 없었어.
엘버트 : 오늘 밤은 사실 임무를 위해서 온거야.
알폰스 : 아, 용서해주세요. 엘이 어떻게 해서든 덮어두고 싶다고 말해서 저는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케이트 : 그는, 어째서—?
엘버트 : ......
 
엘버트 님은 슬픈듯한 눈동자를 흔들며 망설인 후, 천천히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레이엄 씨는 동료와 함께 여성을 향한 난폭한 행위를 계속해온 듯 했다.
경찰이나 재판소의 일부를 매수해서 피해자를 위협하고는 조용히 시켰다.
피해자 몇명이 그것을 괴로워하며 사망한 사실이 발각되어— 여왕폐하께서 크라운에게 임무를 명했다.
 
알폰스 : 그에겐 어린 시절 어머니께 학대를 받은 괴로운 과거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알폰스 : 귀족 여성 전반을 향한 폭행을 반복하는 형태로 혐오스러운 기억을 지우려고 했던 걸까요.
엘버트 : ......내가 그에게 상기시킨건 그 과거의 기억이겠지.
엘버트 : ............불쌍하게도.
 
그야말로 그 기억을 다시 기억하게 만든 장본인인데도 엘버트 님은 무척 슬픈 듯이 중얼거렸다.
공포로 동요하고 있어도 그것이 비꼬는 것도 무엇도 아닌 본심이라는 것을 명확히 알 수 있어서
쿡쿡, 가슴이 아팠다.
 
케이트 : 임무가 아니라고 이야기 한 것도 저를 그 방에 가둔 것도...... 이걸 보지 못하게 하려고?
엘버트 : ......알 필요 없는 것도 있어. 알게되면 괴로워지는 일이.
 
엘버트 님은 나를 배려하듯 살짝 손을 뻗더니......
손등으로 살짝 내 볼을 쓰다듬었다.
 
엘버트 : 잠시동안 속이는 편이 괴롭지 않고 끝날거라 생각했어.
 
(......그레이엄 씨가 한 행동은 과거가 어떻든 절대 용서받을 수 있는 일이 아니야.)
(하지만...... 눈 앞에서 펼쳐지는 이 광경도 그건 마찬가지야.)
 
그리고...... 나를 이 광경에서 멀어지게 하려던 엘버트 님은,
그 사실을 아플 정도로 알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상냥한 배려를 배신하고 내가 여기로 와버린건...... 분명 그를 슬프게 하고 있어.)
(그러니까 적어도, 웃는 얼굴로.)
 
케이트 : 감사합니다, 신경써주셔서.
케이트 : 저는 괜찮아요, 의외로 담이 크니까요.
엘버트 : ............그래 ......너는, 강하네.
케이트 : 당신은......?
엘버트 : ............나는, 괜찮아.
 
(......전혀 괜찮지 않아보여요.)
 
슬퍼보이는 옆 얼굴에 어떻게 해서든 다시 웃어주길 바라는 초조함이 가슴에 더해졌다.
 
(아...... 맞다.)
 
—문득 오렌지 향기가 되살아났다.
바로 떠나면 수상하게 여겨진다며 파티에 밤늦게까지 출석하고 나서,
우리들은 크라운 성으로 돌아가는 마차에 탔다.
 
케이트 : ......엘버트 님은 어째서 크라운에 들어오신 건가요?
 
(오늘의 모습을 보아하니...... 임무에 적극적으로는 도무지 보이지 않던데.)
 
엘버트 : ......무척 자기 본위인 이유로.
엘버트 : 세상을 수중에 넣은 여왕폐하의 곁이라면 손에 넣을 수 없는 건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
 
(엘버트 님이 아름다운 것을 원하는 이유는 아직 모르겠어.)
 
하지만 그건 그가 고통과 슬픔을 수반하는 죄를 저질러서라도 크라운에 있고싶다고 바랄 정도로,
강한 욕구라는 건 오늘 확실히 알았다.
 
(......1개월 안에 그 이유를 알게 될지 어떨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조금이라도 그의 슬픔을 덜어줄 수 있다면 좋겠네......)
(오늘, 그가 준 상냥함의 보답으로.)
 
케이트 : 저기, 엘버트 님...... 잠깐 귀를 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성에 도착해서 마차에 내려 알폰스 씨가 마부와 무언가 말을 주고받고 있는 사이에,
나는 엘버트 님에게 몰래 말을 걸었다.
 
엘버트 : ......?
 
엘버트 님은 눈을 깜빡이면서도 살짝 몸을 기울여 귀를 가까이 해주었다.
 
(우와...... 귀까지 조각처럼 아름다워...... 가 아니라.)
 
케이트 : ......이걸 드릴게요. 회장에서 나올 때 저도 빼앗아 왔어요.
 
오랑제트 포장을 살짝 내밀자 엘버트 님은 이상한 듯이 고개를 기울였다.
 
엘버트 : ......왜 귓속말을......?
케이트 : 하나 밖에 남아있지 않아서...... 알폰스 씨 거는 없거든요.
엘버트 : ............그래. ......고마워.
 
(좋아하는 것을 먹고 조금은 기분이 풀린다면 좋겠네......)
 
엘버트 : ............
 
(어라......?)
 
내 기대와는 반대로 엘버트 님은 아름다운 눈썹을 고민스러운 듯이 모았다.
 
케이트 : 그,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셨나요......?
엘버트 : 아니...... 그래서는 아니야.
엘버트 : 연인 사이니까 반씩? 나누는 편이 좋겠지만......
엘버트 : ......전부, 받아도 될까.
 
(뭐예요, 그건......)
 
그야말로 연인에게 할 법한 부탁이라는 걸 엘버트 님은 전혀 자각하지 못한 것 같았다.
 
케이트 : 물론이죠, 받으세요......
엘버트 : ......고마워.
 
미약한 미소에 가슴이 달콤하게 저려왔다.
 
(연인 "흉내"로...... 이런 기분이 되어버리니까.)
(만약 진짜 연인이었다면...... 뭐든지 전부 주고싶어질 것 같아.)
 
그런 상상을 해버려서 황급히 고개를 젓는 나를 엘버트 님은 이상하단 듯이 바라봤다.
 
케이트와 헤어진 후
 
엘버트 : ......
알폰스 : 정물을 가만히 바라본다, 라는 새로운 취미인가요?
 
오랑제트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니 알폰스가 질린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
 
엘버트 : ......그녀가 들고있을 땐 보석처럼 보이는 듯한 기분이 들었어.
엘버트 : 지금은...... 이미 평범한 음식이 되어버렸어.
알폰스 : 드시지 않으시나요?
엘버트 : ......먹을거야.
 
입 안에 던져넣었다.
한순간 어쩐지 그녀의 웃는 얼굴이 떠올라서,
가슴 속에 텅 비어있는 채울 수 없는 구멍이 아주 조금 차오른 기분이 들었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