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야에 반짝이는 악의 사랑~당신을 알기 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어~(엘버트 편) 프리미엄 엔딩
알폰스 씨의 뒤를 쫒아 어둡고 먼지 쌓인 방으로 발을 들였다.
(여기에 엘버트 님이......?)
어두운 조명에 어렴풋이 비춰지며 인영이 어둠에 떠올라 있었다.
금색 머리카락은 어둠 속에서도 눈부셔서...... 그것이 그라는 것을 바로 알았다.
케이트 : 엘버트 님......?
엘버트 : ............케이트?
케이트 : 대체, 여기서 무엇을......, 윽!?
다가가려고 하는 순간, 엘버트 님의 발 밑의 인영을 깨닫고 헉하고 숨을 삼켰다.
머리를 끌어안고 넙죽 엎드려있는 그 사람은—
케이트 : ......그레이엄 씨......?
그는 나나 알폰스 씨를 신경쓸 상태도 아닌 것처럼 덜덜 떨고있었다.
알폰스 : 이것이 엘버트 님의 힘입니다. 그림자를 밟으면 그 사람의 가장 슬픈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알폰스 : 괴로운 경험이 있는 분일수록 효과가 높습니다.
엘버트 : ............
엘버트 님은 무척 슬픈듯한 얼굴로 그레이엄 씨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편 알폰스 씨는 싱긋 미소를 띄우며 손에 든 유리잔에 알약 같은 것을 떨어뜨렸다.
알폰스 : 이렇게 지칠정도로 분명 괴로우셨겠죠. 자, 이걸 마시면 편해질 겁니다.
그레이엄 씨는 텅 빈 눈으로 그걸 손에 쥐더니 매달리듯이 마시고는—
그레이엄 : 큭...... 으, 아............
괴롭게 신음하며 가슴을 억누르더니 무거운 소리를 내며 그 자리에 쓰러졌다.
케이트 : ......서, 설마......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 그레이엄 씨를 보자 싫은 예감이 전신을 달려나갔다.
알폰스 : 네, 그 설마입니다.
알폰스 : 사실은 죽여버리는 건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폐하의 명령이니까요.
눈을 크게 뜬 그레이엄 씨의 창백한 입술에서 새빨간 피가 주르륵 흘러넘쳤다.
"악으로 악을 제압한다"— 그 실태를 눈 앞에 두게 되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런 내 눈을— 따뜻한 무언가가 가렸다.
엘버트 : 그 이상, 보지 않아도 돼.
케이트 : 엘버트, 님......
그것이 그의 손바닥이라는 걸 깨닫자— 그가 나를 가둔 의미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엘버트 님은 나를 그와 같은 죄에서 멀리하려고 해준 거구나.)
(내 마음을 상처입히지 않기 위해서.)
엘버트 : ......밖으로 나가자.
공포를 씻어내지 못한채 휘청거리는 나를 엘버트 님은 정원으로 데려가 주었다.
엘버트 : ............미안해. 너에게 보여줄 생각은 없었어.
엘버트 : 이미 너도 깨달았겠지만...... 오늘 여기에는 그의 암살 임무를 위해서 온거야.
케이트 : 역시...... 그랬군요.
그레이엄 씨는 동료와 여성에게 난폭한 행위를 반복하고 있었던 듯 하다.
돈을 행사해 경찰이나 재판소의 일부를 포섭해 교묘한 말로 피해자를 협박하고 있었다.
피해자는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그 중에 몇명이 그걸 괴로워하며 사망한 사실이 발각되어—
그것이 이번 임무의 결정타가 된 듯 했다.
케이트 : ......어째서 그사람은 그런 심한 짓을.
엘버트 : 복수, 인 듯해.
엘버트 : 그는 어린 시절, 어머니께 학대를 받아서......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행실이 나쁜 귀족과 엮이게 되었어.
엘버트 : 거기서...... 울적한 분노의 화살을 귀족 여성에게 향해서 발산하는 복수의 맛을 알아버렸지.
(......괴로움을 이유로 누군가를 아프게 만들어도 괜찮을리 없어. 하지만......)
본래 지켜져야 하는 어린아이가 상처입고 치유되지 못한채...... 이런 최후를 맞이해버렸다.
(죄를 범하기 전에 누구도 그를 구하려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안타까워.)
분명 그가 죄를 범한 근본에 있던 건— 차오르지 않는 구멍.
(슬픈듯이 그를 바라보고 있던 엘버트 님도...... 이런 마음이었던 걸까.)
케이트 : ......오늘, 엘버트 님은 계속 저를 지켜주려고 하신거네요.
케이트 : 그레이엄 씨의 표적이 되지 않도록. 그리고...... 그 광경을 보지 않도록.
케이트 : ......죄송해요, 멋대로 나와버려서.
엘버트 : ......네가 사과할 일이 아니야.
엘버트 : 알게 되어버리면 죄의 일부를 어떻게 해서든 짊어지게 되어버려.
엘버트 : 알지 못한채 끝낼 수 있다면...... 알지 못하는 편이 좋을 거라 생각했어.
엘버트 님의 얼굴은 평소보다 더 핏기없이 창백해져 있었다.
(마치 엘버트 님 쪽이 지금이라도 독을 마시고 죽어버릴 것 같아......)
그런 망상도 빗나간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사람은...... 놀라울 정도로 죄가 어울리지 않아.)
정말 그가 바라서 크라운에 있는지조차 의심이 들었다.
가슴이 쿡쿡 아파와서— 무심코 살짝 손을 붙잡았다.
엘버트 : ............케이트?
케이트 : 저는, 알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엘버트 : ......다행이라고......?
케이트 : 당신의 죄를 알지 못했다면 당신의 상냥함에도 깨닫지 못했을 테니까요.
(이렇게 슬픈 얼굴을 하고 있어도 엘버트 님은 분명 나에게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을 거다.)
(그레이엄 씨가 저지른 죄도, 엘버트 님과 알폰스 씨가 그레이엄 씨를 죽인 것도,)
(그 전부에서 나를 멀리하려고 했던 사실도...... 전부.)
케이트 : 아무것도 모르는채로 당신의 슬퍼보이는 옆 얼굴을 바라본 채 오늘 하루를 끝내는 것보다...... 훨씬 나아요.
조금이라도 그의 슬픔을 덜어주고 싶어서 가슴의 통증을 참고 미소지었다.
엘버트 : ............
형편없는 웃음을 띄운 나를 보고 엘버트 님은 크게 눈을 깜빡이더니—
맞잡은 손과는 다른 손으로 내 볼에 한순간 닿았다.
엘버트 : —너는, 상처입어도 웃을 수 있구나.
(......당신이야말로.)
닿으면 녹아버릴 것 같은 눈처럼 덧없는 미소에 가슴이 꾹 옥죄어졌다.
—그 때, 가벼운 잉꼬의 울음 소리가 들려와서 문득 사고가 끊어졌다.
시선을 주니 잉꼬는 사랑스럽게 파닥거리며 날개를 움직이고 있었다.
케이트 : ......어쩐지 지금이라면 저 잉꼬를 장식한 사람의 마음을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이렇게 마음이 답답해도...... 생명체의 숨결을 느끼니 마음이 치유되었다.)
엘버트 : ......그래. ......나는, 잘 모르겠어.
엘버트 : 잘 모르겠지만...... 나는 지금, 네가 아까전보다 눈부시게 느껴져.
케이트 : 제가......?
잉꼬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숨을 삼켰다.
엘버트 님이 나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케이트 : 저...... 저기, 엘버트 님......?
엘버트 : ......왜?
내가 먼저 잡은 손이 엘버트 님에게 강하게 마주 잡혀서—
(......윽......?)
정체불명의 불안에 휩싸여 오싹, 하고 등골이 저렸다.
(엘버트 님...... 어쩐지 아까까지랑은 상태가 달라.)
그 깊은 바다의 색을 한 눈동자에는 더이상 근심도 슬픔의 기색도 없었다.
그 대신— 잉꼬에게 쏟아지던 것과 같은, 무언가에 씌인듯한 시선이 나를 옭아맸다.
케이트 : 누, 눈부시게 보인다...... 라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엘버트 : 그 말 그대로의 의미야, 케이트.
깊은 바다의 색을 한 눈동자가 천천히 가까워졌다.
마치 나를 그 어두운 심해로 끌어들이려는 것처럼—
엘버트 : ......인간을 손에 넣으려면 어떻게 하면 좋은걸까.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