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맨 빌런/프롤로그

프롤로그 9."빠져서는 안되는" 사랑

루달스... 2023. 3. 29. 11:02

빅토르 : 자 따라와 울새 씨. 내게서 떨어지지 않도록.
빅토르 : 성의 어둠에 삼켜지면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르니까.

크라운의 멤버들과 헤어지고 나는 빅토르 님이 이끄는대로 복도로 나왔다.

케이트 : 네, 빅토르 님.
빅토르 : 빅토르. 윌리엄은 경칭을 안 붙이면서 나만 님을 붙이다니 서운하잖아.

(......윌리엄도 이 분도 분명히 고위직일텐데 경칭을 붙이지 말라니.)

케이트 : ......빅토르. 안내 잘 부탁드릴게요.

(엄청 무례해진 기분이야.)

빅토르 : 여기가 담화실. 다들 술을 마시거나 놀거나 파티를 하거나 작전 회의를 하는 방이야.
빅토르 : 아, 위에서 3번째 층의 가장 왼쪽 유리잔은 만지지 말도록. 위험한 것이 튀어나오니까.

(뭐가 나오는 걸까...... 날붙이? 권총?)

빅토르 : 여기는 로저의 연구실 겸 의무실. 상처가 나면 여기서 치료를 받도록 해.
빅토르 : 크라운의 임무는 위험을 수반하니까 말이지. 아아,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다들 지금도 건재하지. 기적적으로 말이야.

(목숨이 위험해지는 임무가 일상다반사라는 뜻......?)

빅토르 : 여기가 그레이트 홀이야. 무도회나 야회는 여기서. 라곤 해도 이 성은 특수해서 말이지, 손님을 부르는 일은 거의 없어.
빅토르 : 사용인도 신뢰할 수 있는 인간을 소수정예 고용하고 있지.
빅토르 : 네가 알아버린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

(그렇게까지 해서 비밀을 지키면서 그 저택의 문은 왜 열려있었던 걸까......?)

빅토르 : 그리고 여기가 네 방이야.
케이트 : 네......?

안내받은 곳은 흰색을 바탕으로 한 청결감이 있는, 그리고 상류 계급 분이 살 듯한 기품있는 방이었다.

케이트 : 어떤 분이 머물고 계신가요?
빅토르 : 아니. 네가 모두에게 자기소개를 듣고 있는 사이에 사용인들에게 지시를 내려서 준비한 틀림없는 너를 위한 방이야.

(그 한순간에 그런 걸!? 사용인의 기색조차 느껴지지 않았는데도......)

케이트 : ......아.

문득 책상 위에 있는 타이프라이터를 발견해 무심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케이트 : 제가 타이프라이터를 쓰는걸 어떻게 아신건가요?

대필 작업도 할 수 있도록 수개월 전부터 연습하고 있는 건 아무도 모를 터였다.

빅토르 : 응? 그렇니? 몰랐어, 우연이야. 보고서를 만들 때 있으면 편리할까 싶어서.

빅토르는 이상한 듯이 눈을 깜빡거리더니 의미심장하게 나를 바라봤다.

빅토르 : 기적적인 우연...... 그것도 같은 날에 두번이나, 인가.

(2번......?)

빅토르 : 네가 여기에 있는 것에 운명적인 무언가를 느껴.
빅토르 : 자, 레이디의 방에 너무 오래 있으면 안되겠지. 무슨 일이 있으면 그쪽의 벨을 울려줘.
빅토르 : 네 전속 메이드가 무엇이든 네 바람에 답해주겠지. 아, 지시는 필기로.
케이트 : ......감사합니다, 알겠어요.
빅토르 : 그리고 크라운 멤버들은 윤리적으로 파탄나있는 자가 적지 않아.
빅토르 : 누군가를 방에 들이는건 네 몸을 내주는 것과 마찬가지일지도 모르니, 신중하게.

(방에 들이면 덮쳐진다는 거......?)
(그정도로 여성에게 굶주린 사람들로는 보이지 않았지만......)

케이트 : 잘 기억해둘게요.
빅토르 : 마지막으로 내게 감사를 전하게 해줘.
케이트 : 감사, 인가요?
빅토르 : 그래. ......우리와 이야기하려 해줘서 고마워.
케이트 : ......놓아주길 바라서 한 행동이에요.
빅토르 : 그렇다고 해도 너는 그 눈으로 현장을 보고도 우리와 대화하려고 했지.
빅토르 : 이야기가 통하는 인간이라고, 생각해준거지?
빅토르 : ......그런 너니까, 충고를 하나 해두지.
빅토르 : 한 달 후, 원래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면...... 그들에게 마음을 빼앗기면 안 돼.
케이트 : ......마음을 빼앗긴다?
빅토르 : 그래. 저주받은 자는 비극적인 파멸을 맞이할 운명이지.
빅토르 : 순수한 소녀가 꿈꾸는 듯한 행복을 바란다면, 그들에게 사랑을 해서는 안 돼.

(사랑......)

뜻 밖의 이야기에 난처해졌다.

케이트 : 그런 거, 생각지도 못했어요......
케이트 : 전 제가 비밀을 지키는 사람이라고 증명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갈 뿐이에요.
빅토르 : ......자유로운 날개를 가진 너에게는 그게 어울릴지도 모르겠네.

고개를 끄덕이며, 빅토르는 눈부신 듯이 눈을 가늘게 떴다.

빅토르 : 그렇다고 해도, 혹시— 네가 그들과 운명을 함께하길 선택한다면.
빅토르 : 어둠은 너를 기쁘게 환영하겠지.

고혹적인 웃음에 오싹하고 몸이 떨렸다.

빅토르 : ......푹 쉬도록 해, 케이트.
케이트 : 좋은 밤 되세요, 빅토르.

이렇게 천천히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내 죄 많은 생활이 시작됐다.
인생이 동화라면 행복해지는 건 간단하다. "하면 안되는 짓"을 하지 않으면 된다.
들어가서는 안되는 숲, 열어서는 안되는 문, 알아서는 안되는 비밀—
빠져서는 안되는 사랑.
하지만, 갑작스럽게 나타난 암야의 세계는 그 심연을 엿보여주며 나를 유혹하고 있다.
손짓하는 그 손가락에 혹시 닿아버린다면— 이 마음은, 몸은, 어떻게 되어버리는 걸까?
무언가가 결정적으로 바뀌는, 확실한 예감이 든다.
"해서는 안되는" 금기를 깬, 그 끝에 있는 것을—
—나는 아직,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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