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맨 빌런/프롤로그

프롤로그 7.빌런즈

루달스... 2023. 3. 29. 09:53

식당을 둘러보다 거의 대화를 한 적 없는 두사람을 눈치채고 시선을 향했다.
특히 롱 자켓의 남성은 위험한 분위기를 숨기려고도 하지 않는, 아무리 생각해도 "악인"같은 모습으로,
솔직히 말하자면 다가가기 어려웠다.
눈이 마주치자 그는 불쾌한 듯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음험한 눈의 남자 : 칫...... 기분 더럽네.

(엇......)

갑자기 격한 혐오를 마주해 동요했다.

빅토르 : 뭐 그렇게 말하지 말고 돌봐주라고 주드.
주드 : 거절하지. 여왕폐하의 권력을 휘둘러서 이런 평범한 사람을 붙잡다니 뭔 생각이야.

(평범한 사람......)
(......어라, 하지만 혹시 지금 발언, 나를 옹호해주고 있는건가?)

크라운 멤버 중에서도 선을 긋고 냉담해 보이지만 의외로 양심적인 사람일지도 모른다.

케이트 : 주드 씨, 잘 부탁드릴게요.

작은 기대를 품고 인사를 하자, 박정해보이는 아메시스트 눈동자가 꽉 가늘어졌다.

주드 : 강제로 끌려오다니 불쌍하게도. 내가 도와줄까?
케이트 : 네?

기대치 이상의 달콤한 속삭임에 무심코 눈을 크게 뜨자 그의 표정이 일변했다.

주드 : 농담인게 당연하잖아? 뭘 기대하는거람, 시시하게.

(뭐......!?)

주드 : 뭐, 힘껏 노력하는게 좋을거야. 한 달도 못버티고 도망치다 죽는게 고작이겠지만.

신랄한 말을 끼얹으며 잔혹한 웃음을 띄우고는, 주드 씨는 식당을 나가버렸다.

(역시 차가운 사람이었어...... 그것도 꽤나 성깔있는 타입의.)
(저 독특한 말투, 어디선가 온 이민인가......?)

장신의 청년 : 저 사람, 누구한테나 다 저러니까 신경쓰지마.
케이트 : 와악......!

어느 틈엔가 장신의 청년이 옆에 서있었다.

(깜짝 놀랐어, 전혀 눈치채지 못했어.)
(이 사람은, 방금 나를 "죽이겠다"고 말했던—)

엘리스 : 나는 엘리스.

온화하고 상냥한 목소리의 그는 곁에 있는 것만으로 체감온도가 슥 내려가는 듯한,
뻐끔히 열린 암흑에서 무언가가 이쪽을 엿보고 있는 듯한, 그런 불안을 느끼게 했다.

케이트 : 엘리스, 군. ......잘 부탁할게요.
엘리스 : 응...... 잘 부탁해. 나랑 주드는 바깥 일 때문에 나가는 일이 많지만.
엘리스 : 여기 있는 동안, 나는 당신을 될 수 있는대로 행복하게 만들테니까.

(행복하게......?)

몇분 전에 날 죽이려고 했던 상대에게서 프로포즈 같은 대사가 날아와 어안이 벙벙해졌다.
찬찬히 마주보지만 그는 "죽이겠다"고 말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무표정인 채였다.

(독특한 사교적인 말...... 인걸까)

케이트 : ......감사, 합니다. 밖에서는, 어떤 일을......?
엘리스 : 무역회사. 주드가 사장, 나는 보좌.

(그사람 사장이구나......)

빅토르 : 좋아, 이걸로 전부 이름을 말한거지? "저주"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은 아이도 있는 것 같지만.
빅토르 : 뭐 "동화사" 일을 하는 사이에 저절로 알게 되겠지.

짝, 하고 손뼉을 치고는 빅토르 님이 즐겁게 웃었다.

빅토르 : 그럼 성을 소개...... 하기 전에 환영의 의미로 마술이라도 보여주도록 할까.
리암 : 와아! 짝짝짝~
로저 : 또 귀중한 시간이 의미없어 지겠군.
해리슨 : ......제정신이야? 그런 허술한 걸 쳐다볼 바에는 샤워하고 싶은데.
알폰스 : 뭐 괜찮지 않습니까, 보기 흉한 모습을 드러내며 기뻐하는 괴짜의 추태를 바라보는 것도.
빅토르 : 협력자가 필요한데 누군가 입후보하지 않겠어? 엘?
엘버트 : ............싫어......
빅토르 : 으음, 슬퍼보이는 네 옆 얼굴은 어째서 그렇게 매력적인걸까. 그럼 엘리스는?
엘리스 : 그걸로 당신이 행복해진다면, 알겠어.
빅토르 : 이타적인 동시에 헌신적인 행동 지침에 감사를. 그럼 거기 있는 테이블에 엎드려 누워서—

(갑자기 마술쇼가 시작되어 버렸어......)

눈 앞에서 즐겁게 웃는 그들은 오늘 밤, 틀림없이 한 생명을 빼앗았다.
살해현장에서 형형히 눈을 빛내던 모습을 떠올리자 웃는 목소리조차 공포심을 부추기는 것 같았다.

윌리엄 : 무섭나?
케이트 : ......! 윌리엄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