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발의 남자 : 어서와, 나의 사랑스러운 저주받은 자들!
전전긍긍하면서 발을 들인 넓은 식당에서 "사신"은— 폭죽을 터트리며 우리를 맞이했다.
("저주받은 자들"......?)
흑발의 남자 : ......어라? 그쪽의 아가씨는......
(이 사람이, "궁전의 사신"......?)
붙임성이 좋은 스스럼없는 태도에 조금 당황했다.
보석 같은 눈동자와 언뜻 보이는 길고 윤기있는 흑발은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을 연상시켰다.
윌리엄 : 그녀는 케이트. 타겟의 저택에 우연히 마주쳤지.
흑발의 남자 : 와우. 그건...... 운명적인 우연이네.
윌리엄 : 케이트, 그는 빅토르. 여왕 폐하의 보좌관이다.
(여왕 폐하의 보좌관!?)
무심코 무릎을 꿇으려는 나를 한손으로 제지하고는 빅토르 님이 미소지었다.
빅토르 : 좋은 밤이군, 미스•케이트. 이곳에 데려와졌다는 건...... 봐버렸군.
케이트 : ......네, 빅토르 님.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이런 대단한 분이 책임자라니...... 대체, 그들은 뭐하는 자들이지?)
몸에 흠뻑 달라붙은 채인 공포가 더 커지며 지금이라도 울고 싶어졌다.
(이대로, 이유도 모른채 죽는다니, 싫어.)
(하지만, 어떻게 하면......?)
식은 땀도 흐르지 않을 정도의 긴장으로 머리가 찌릿하게 저려서 새하얗게 되어갔다.
빅토르 : ......우연히 마주쳤다면 상황을 몰라서 무척 혼란스럽겠지.
케이트 : 윽......? 네, ......네.
(그래...... 맞아. 어찌됐든 상황을 파악해서 냉정해지지 않으면......)
패닉 직전의 내 사고는 빅토르 님의 공감을 표하는 말로 꿰매어졌다.
케이트 : 외, 외람되지만...... 몇가지, 질문을 해도 괜찮을까요?
빅토르 : 예의 바른 울새 씨네. 좋아, 무엇이 듣고싶지?
케이트 : 제가 본 건 대체 무엇이었나요. "크라운", "저주받은 자"라는 건, 대체 무엇인가요?
고양이 같은 남자 : 아, 그렇네. 미안해 설명해주지 않아서. 불안했지?
고양이 같은 남자 : 어느 쪽도, 우리를 말하는 거야.
표표한 남자 : ......어이, 리암.
고양이 같은 남자 : "저주 받은 자"는 이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저주받은 인간.
케이트 : 저주받은, 인간......?
고양이 같은 남자 : 그래. "죄를 저지르고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는 것"이 정해진채 태어나.
(이 사람들 전부가 그렇다고 말하는 거야......?)
고양이 같은 남자 : "저주받은 자"는 아주 오래 전부터 세계 속에 태어나고...... 그리고, 정해진대로 죄를 저지르고 죽었지.
고양이 같은 남자 : 예를 들자면 고양이의 저주를 받은 자는 호기심을 참지 못해. 그래서 최후는 "호기심에 죽는" 운명.
고양이 같은 남자 : ......아, 그게 나지만.
케이트 : 호기심에 죽는다, 라니...... 무슨 뜻인가요.
고양이 같은 남자 : 예를 들자면, 기록에 따르면 내 이전의 고양이의 "저주를 받은 자"는 말이지......
고양이 같은 남자 : 방화에 강도, 자해에 간음, 온갖 악행에 손을 뻗었어. ......그저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서.
고양이 같은 남자 : 가족에게도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버려지고 고문을 받아서 손발을 뽑혀도 울부짖으면서 웃은 것 같아.
고양이 같은 남자 : "이런 건 처음이야"라고 하면서 말이지. 최후는 황산으로 가득 찬 욕조에 뛰어들어서 크게 웃으며 녹아 죽었다고 하더라.
"비극적인 최후"라고 부르기에 걸맞는, 오싹하는 이야기를 그는 아주 유쾌한 듯이 눈동자를 떨며 이야기 했다.
엽총의 남자 : 이 "저주받은 자"의 존재를 베이스로 다양한 동화가 만들어졌다고 하지.
엽총의 남자 : 지금에 와선 인과관계가 역전되어서 "동화의 저주"라고 부르지만 말이지.
(동화의, 저주...... 그런 이야기.)
엽총의 남자 : 못 믿겠나? 방금 전, 직접 맛 봤을 텐데도.
케이트 : 네......?
엽총의 남자 : "저주받은 자"는 평범한 인간은 가지지 못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
음험한 눈의 남자 : 어이, 그 이야기는 기밀사항이다만. ......입이 가벼운 녀석들이군.
(평범하지 않은, 능력 )
문득 방금 전 자신의 몸에 일어났던 일이 되살아났다.
윌리엄 : 오렴, 가련한 울새.
(거짓말...... 어째서!? 멈추지 않아......!!)
그 때 내 몸은 윌리엄 님의 말에 조종당하는 듯이 의지를 배반하고 움직였다.
(설마...... 정말로?)
무심코 윌리엄 님에게 시선을 주니 그는 긍정하듯이 상냥하게 눈매를 느슨하게 풀었다.
윌리엄 : 내 저주는 "독선적인 왕".
윌리엄 : "명령한대로 행동시키는" 건, 내 능력이다.
(명령한대로 움직인다— 그런, 마법 같은 이야기......)
이성이 반사적으로 부정하려고 하지만, 실제로 그에게 조종당한 몸이 강렬하게 호소했다.
그들의 이야기는 틀림없는 진실이라고.
그리고 또 한가지, 나는 어떠한 사실을 깨달아버렸다.
(그 저택에서 죽은 사람)
스스로 목숨을 끊은 남성의 괴로운 표정과 그 손에 쥐여진 나이프를 떠올렸다.
(자살, 한 것치곤...... 너무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혹시 그 사람은—)
(윌리엄 님에게 명령받아서 강제적으로 목에 나이프를......?)
케이트 : ......윽!
무서운 가설이 뇌리에 떠올라 나는 그에게서 황급히 눈을 돌렸다.
윌리엄 : "저주받은 자"는 보통, 범죄자나 정신이상자로 취급받는 경우가 많지.
윌리엄 : 그런 위험인자를 국가적으로 장악•조직화하고 있는 건 현재, 이 영국뿐이다.
케이트 : 국가적으로...... 조직화......?
윌리엄 : 그래.
윌리엄 : "저주받은 자"만으로 구성된 빅토리아 여왕폐하 직속의 칙명조직.
윌리엄 : —그것이 우리들, "크라운"이다.
윌리엄 : 밀정부터 암살까지, 경찰이나 군대가 처리할 수 없는 이른바 그림자의 일을 청부받고 있지.
(그럴수가...... 그럼, 방금 본 그 살해 현장도)
(여왕폐하의 명령으로 수행된 암살 임무였다는 거......?)
빅토르 : 영국의 번영을 위해 "악으로 악을 제압한다"— 그것이 "크라운"의 사명.
빅토르 : ......뭐, 실제로는 "저주받은 자"인 그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악을 수행해주는 것이,
빅토르 : 내겐 가장 중요한 거지만.
(악으로 악을 제압하는 국가를 위한 암살 집단...... 나,)
(터무니없는 비밀을 알아버린거구나.)
냉정해지기 위해 상황을 파악했지만— 더욱 큰 공포에 휩싸여 망연히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못했다.
표표한 남자 : 그래. 당신이 상상한 것보다 상당히 중대한 사태, 라는 거지.
표표한 남자 : ......그래서. 거기까지 자상하고 정중하게 설명해줘서 어쩔 셈이야, 빅토르.
빅토르 : 음...... 그렇네......
장신의 청년 : 죽일까?
(뭐—?)
최악의 선택지가 갑자기 부상해서, 황급히 뒤를 돌아봤다.
장신의 청년 : 그녀, 전혀 행복해보이지 않지만, 일이라면 내가 할게.
(어라...... 응!?)
덜컥 식은땀이 나서 다른 사람들의 안색을 살펴보았다.
모두가 안색 하나 바꾸지 않은 채, 태연하게 서있어서......
사람 한명의 목숨을 빼앗는 건 그들에게 일상이라고 좋든 싫든 이해했다.
빅토르 : 으음, 그렇네......
(어떻게든 설득하지 않으면......!)
(죽는 이유가, "비밀을 알아버려서"라면—!)
케이트 : 지금 들은 거,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 하지 않겠다고 맹세할게요!
빅토르 : 으음...... 응? 뭐야 뭐야?
케이트 : 비밀을 무조건 지킬게요. 우편배달원은 기밀유지를 철저히 하도록 훈련받고 있어요.
빅토르•윌리엄 : ......
(역시 무리인가......, 그럼.)
케이트 : 신용할 수 없다고 하신다면 신용하실 수 있을 때까지 저를 감시하셔도 상관없어요. 반드시 증명해보이겠어요.
(그러니까 제발, 죽이지 말아줘.)
매달리는 마음으로 빅토르 님을 바라봤다.
빅토르 : 과연, 좋네 그거. 채용!
케이트 : 네?
빅토르 : 오늘부터 너는 "크라운" 전속의 "동화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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